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최근 단기물 금리 하락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단기물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은행 금융상품 금리가 종잡을 수 없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은행 대출금리 지표가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오름세로 전환한 까닭이다.
코픽스가 상승하면서 은행은 18일부터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KB국민은행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6개월 변동금리)를 연 4.18~5.58%에서 4.21~5.61%로 올렸고, 우리은행도 같은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연 4.45~5.65%에서 4.48~5.68%로 상향 조정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금리 하단 역시 4.18%에서 4.21%로 올렸다.
1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차 그랜저 신차 기준(현금구매비율 10%·대출기간 60개월) 캐피털 업계 금리는 연 5.41~13.1%로 최저 금리가 연 5%대 중반으로 내렸다. 같은 기간 카드업계 금리도 5.9~7.8%로, 금리 하단이 5%대로 진입했다.
여전히 소비자물가가 5% 내외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연 3.5%)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금융소비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18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19개 은행이 금리를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은 모두 39개로, 이중 38개 상품의 최고금리가 연 4% 미만이었습니다.한국은행이 기준금리 3.50%를 유지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대출·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이하로 떨어지는 금리 엇박자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채권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2연속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는 국내 금리 인상 사이클(기조) 사실상 끝났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한국은행이 이르면 연말에 금리 인하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기 시작했다.
국내 대출 차주들의 경우 6개월 코픽스 금리를 지표로 삼는 변동형 대출 상품 이용 비중이 높다. 상승 폭은 크지 않지만 신규 취급액 코픽스의 방향성 전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은행들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오는 6월부터 예대금리차 공시를 잔액기준과 전세대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금리 경쟁 강도를 이전보다 높여 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중고차 할부금리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점수 900점 초과(NICE 기준)인 소비자가 중고차를 36개월 할부로 살 경우 금리는 현대캐피탈 6.1~19.3%, KB캐피탈 6.8~15%로 나타났다. 이들의 하단 금리는 지난해 11월보다 각각 0.3%포인트, 0.9%포인트 낮아졌다.여기에 국내 자동차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도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통상 여전사들은 자동차 판매가 많아지는 시기에 각종 프로모션을 전개하는데, 시장에서 이런 경쟁이 시작되면 금리도 덩달아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과 더불어 시장에서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번지면서 시장금리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당국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 가산금리를 내려 대출금리를 자꾸 낮추면 한은의 고물가 제어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조달 금리가 이전엔 변동성이 컸는데 최근 방향성을 잡아가는 모습"이라며 "금리 동결 등 시장 심리도 안정화하면서 코픽스도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채나 예금 금리가 움직이는 폭도 줄었기 때문에 내달 코픽스도 변동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